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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책 추천] 본문

아일랜드 쌍둥이/ 홍숙영 [책 추천]

행복 팡팡 2024. 4. 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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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와 세대에 던지는
진지하고 아름다운 질문” _김혜진(소설가)
짓눌린 사람들의 또렷한 목소리, 우리 시대의 『호밀밭의 파수꾼』

상처와 상처가 손을 잡고 슬픔이 슬픔에게 기대어 서로를 위로하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소설.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둔 상처와 마주하는 세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국적과 인종을 뛰어넘는 연대와 공감의 힘으로 청년 세대를 위로하는 한 편의 미술치료 워크숍.

『아일랜드 쌍둥이』는 출간 전 펀딩에서 달성률 234%를 달성하며 많은 독자의 기대를 받았다. 국민의 이익과 평화를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희생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책임과 변화를 회피하는 국가와 사회. 이러한 현실에 좌절해온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작품으로서 널리 주목받은 것이다. 다년간 기자와 PD 생활을 거치고,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해온 올라운드 스토리텔러 홍숙영 작가가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작품으로, 그의 정확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과 따스하고 섬세한 메시지는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황보름 작가, 『딸에 대하여』의 김혜진 작가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소설가들에게 큰 찬사를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묻어둔 상처를 끄집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오래된 흉터를 마주하고 치유할 용기를 내기 위해 청년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에 모인다.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주인공들은 미술치료 워크숍을 통해 아픔을 꺼내어 이야기하고, 상처를 보듬으며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준다. 깊은 아픔과 상처를 품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타인의 상처를 위로하는 법을 배워보자.

 

 

 

 

 홍숙영은 누구???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제2대학에서 언론학 석사학위와 커뮤니케이션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장에서 기자와 PD로 일하고 대학에서 미디어 연구자와 교수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작가 활동을 계속해왔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소설문학》에 단편소설 「푸른 잠자리의 환영」을 발표했다. 진실을 담은 이야기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올라운드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7년 만에 완성한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책 속으로 

어떤 때는 삶의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살점과 함께 영혼마저 소진되더라도 숯과 연기로 나를 그을리고 싶은 간절함이 일기도 했다. 그렇지만 수희와 마주앉아 바비큐를 먹는 순간에는 생의 기운이 회복되었고, 그녀와 오래도록 이런 시간을 갖고 싶었다. 바비큐를 맛본 수희는 감탄사를 쏟아냈다.
--- p.32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중에서

“어쩌면 내가 틀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생명이 있다 혹은 없다, 이건 인간의 잣대잖아요. 이렇게 작은 액세서리도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할 누군가를 찾고 기다리는 건 아닐까요? 난 이 물건들의 지난 시간이 궁금해요.”
그러자 에바가 수희를 살짝 치며 말했다.
“난 이 물건들이 수희를 만나 어떤 걸 보게 될지 궁금한데요.”
“앗, 그건 비밀로 하라고 해야겠네요.”
당황한 표정을 짓는 수희의 말에 크리스틴까지 덩달아 짓궂은 표정으로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지 몰래 물어봐야겠다며 수희를 놀렸다. 수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다들 큰 소리로 웃었다.
--- pp.95-96 「창고 세일」중에서

나는 형의 지위를 물려받았지만, 정작 기대했던 관심이나 애정은 돌아오지 않았다. 투명 인간이 되어 몇 날 며칠을 혼자 보내는 적도 있었다. 모두의 관심은 아픈 형에게 쏠려 있었고, 나는 외로움이라는 형벌을 감내해야 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기 위해 뒷걸음질을 치며 사막을 걷는 순례자처럼, 빨리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지막 꽃잎처럼, 높은 골짜기에서 메아리라도 들으려는 산지기처럼 나는 지독하게 외로웠다
--- p.120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그리고 잠시 후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소음이 들렸어요. 동생의 심장이 멈춰버린 거예요. 동생을 그리 허망하게 보내고 단 하루도 편히 잠들 수 없었어요. 그 뒤에 찾아온 절망과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별짓을 다 했어요. 미소라도 짓는 것이 큰 죄인 양 흐린 낯빛을 띠었죠. 그런데 의사가 그래요. 웃어도 된다고. 그래야 동생도 웃을 거라고. 장례가 끝났지만, 학교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 장난꾸러기처럼 굴다가도 어느 순간 의젓해지는 남학생들에게, 졸업하고 청년이 되어 상우처럼 군대에 갈 그들에게, 이 나라는 안전하니까 딴생각 말고 공부에 전념하라고 말할 수는 없었거든요.”
--- p.130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고통받으며 사는 이들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하며 살아가다가도 남실바람처럼 사소한 흔들림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곤 한다. 그러나 바닥의 껍질은 질기고 두터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도록 해준다. 그러니 맨 밑바닥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디디고 일어설 수 있는 단단한 버팀대가 될 수 있으므로. 순간 내 안에서는 그렇게 단단한 바닥이 되어 수희를 올려보내고 싶다는, 속절없는 바람이 한차례 폭풍처럼 일었다. 나는 용오름을 잠재우며 가만가만 귀엣말을 건넸다.
오늘 하루 고생했어요, 당신.
--- p.137 「어둠의 시간을 나는 새」중에서

헤이즈 교수의 말을 들으며 나는 두려움의 숫자를 세는 습관을 떠올렸다. 어스름이 깔리면 기다렸다는 듯 두려움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두려움은 강한 비트로 머리를 두들겼고, 나는 그 리듬에 길들어졌다. 사람들은 두려움을 쫓기 위해 무언가를 한다. 허겁지겁 연애를 시작하거나,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뛰거나, 먼 데 사는 친척을 만나러 떠나거나, 아니면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파티를 열고, 정원을 가꾼다. 심지어 파프리카를 잔뜩 심어 열매가 많이 달리면 먹지도 않을 파프리카 피클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 달리 두려움을 잊으려 하지 않았고, 정면으로 맞서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두려움을 기다리고 있으면, 잿빛 배경을 무대로 어디선가 흐늘거리는 형상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기괴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면 나는 두려움 하나, 두려움 둘, 두려움 셋…. 마치 불면의 밤에 양 떼를 세듯 끝도 없이 기어나오는 두려움에 번호를 붙였다.
--- p.192 「두려움을 재단하는 법」중에서

“재이의 모든 것이 사라졌어.”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제 잊을 때도 됐어요.”
나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는 아차 싶어 수희를 바라보았다. 기억에는 유효기간이 없기에 누구에게도 잊어야 할 시간이란 없는 법이다. 더구나 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가끔 나는 이렇게 함부로 말을 뱉어놓고 후회하곤 했다. 어머니와 수희는 서로의 소중한 것에 관해 안타까운 감정을 나누었다. 나도 둘 사이에 끼어 그렇게 마음을 나누고 싶었다. 재이의 모든 것이, 우리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물건들이, 레오티의 전설이 담긴 드림캐처마저 재가 되어 날아가버린 것에 관하여. 이제 나쁜 꿈과 불운을 걸러낼 그물이 사라졌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 pp.224-225 「아직도 뭔가 남아 있다」중에서

나는 수희가 그린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재이가 떠난 뒤 나는 사라진 재이의 빈자리를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무너지고 망가지는 자신을 보며 나도 아팠던 재이를 닮아간다고 느꼈기에 딱히 쓸쓸하거나 서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새로이 닮은 사람을 찾았으니 다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짜 쌍둥이가 아니라 이상과 환상의 쌍둥이로. 가짜는 속임수이고 거짓이지만, 상상은 꿈이자 창조의 한 부분이다. 나는 수희에게 말하고 싶었다. 닮았다고. 그래서 느껴진다고.
--- p.246 「생의 힘찬 신호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인의 삶에 치밀하게 녹아든 폭력을 섬세하게 짚어내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정식 출간 전부터 독자와 소설가, 문학평론가에게 치유의 힘과 탁월한 문장력을 인정받으며 작품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자그마치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정을 반복하며 다듬은 이야기가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저자는 개인적 아픔과 사회적 슬픔이 녹아든 이 책을 통해 “상처가 상처와 스치고, 사랑이 사랑과 스쳐 이 세상이 조금은 따스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한다.

한국계 미국인, 흑인, 한국인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주인공들은 미국 남부 가상의 주에 모여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미국의 총기 사건, 동일본대지진의 후유증과 방사선 피폭에 대한 두려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 등 『아일랜드 쌍둥이』가 다루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젊은 세대의 불안과 깊게 연결된 주제들이다. 국가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훈련받지만 결코 보호받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현실, 그리고 각 캐릭터가 지닌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정체성 혼란, 그리고 부모 세대와 맺는 관계의 불안정성이 더해져,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과 분노라는 거친 감정도 솔직하게 다룬다. 주인공들의 크고 작은 굴곡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다가도, 날카롭고 힘 있게 그들의 감정과 사고를 담아낸다. 마지막 장까지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피 대신 영혼을 나눈 쌍둥이들의 연대
“오직 상처만이 상처에 스밀 수 있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같은 해 다른 날에 태어난 형제를 이르는 말로, 피임을 하지 않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이민자 가정을 조롱하는 데서 출발한 용어다. 미국 남부의 한 도시, 한국 이민자 아버지와 미국 선주민의 혈통을 이어받은 어머니 사이에서 아일랜드 쌍둥이로 태어난 두 형제 재이와 존(종현)은 우애가 깊었지만, 형 재이가 병을 앓고 가족의 관심이 오롯이 형에게 쏠린다. 형의 죽음 이후 존은 형을 좋아하던 여성 리사와 교제하고 군인의 길을 택하는 등 마치 형을 대신하는 삶을 산다. 그렇게 미군으로서 일본에 파견되어 쓰나미 현장을 돕다 방사능에 피폭되고, 존은 국가의 금전적 지원에 기대어 언제 장애가 겉으로 드러날지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낸다.

외부세계를 차단한 삶을 살던 존은 어느 날 수희라는 한국 여성을 만나 묘한 끌림을 느낀다. 수희는 한국 군인이었던 동생을 잃고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와 미술치료를 공부하던 중, 존을 미술치료 워크숍에 초대한다. 존의 초등학교 동창 에바 역시 워크숍에 참여하는데, 태어나자마자 여섯 번째 손가락 두 개를 잃었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들어서야 이 사실을 알고 정체성 혼란을 겪은 아픔을 지니고 있다. 미술치료사 헤이즈 교수의 도움을 받아, 세 사람은 각자의 상처를 꺼내보이며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위로한다.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무려 7년,
올라운드 스토리텔러의 필생의 역작

다년간 기자, PD,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이야기가 지닌 치유의 힘을 믿어온 작가는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큰 아픔을 겪은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대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젊은이들의 슬픔과 고민을 직접 마주했다. 이때 마주한 여러 사건과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아, 상처받은 이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손잡고 내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구상했다. 장장 7년에 걸친 집필 기간 끝에, ‘그래도 한번 살아보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써냈다. 이러한 집필 과정 덕에 『아일랜드 쌍둥이』를 먼저 만난 대학생 독자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내일을 살아가려는 수많은 독자에게 애틋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 “내일로 나아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만난 듯 작품에 큰 공감을 보냈다.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거나 꿈을 잃고 방황하는 등 슬픔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적 재난이나 변화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 상처를 그저 묻어두고 치료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덧날 뿐이다. 이런 개인의 상처가 모여 사회 전체가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 실제로 막막한 미래에 대한 고민, 사회 곳곳에 퍼진 반목과 혐오 등 오늘날 젊은 세대는 유달리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큰 상처라고 해도 충분히 마주하고 치유한다면, 반드시 아물고 새살이 돋아난다. 『아일랜드 쌍둥이』는 인생에서 뜻하지 않게 비바람을 맞은 이들에게 그것이 잦아들 때까지 묵묵히 옆을 지키는 소설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희망의 목소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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